피곤했던 저녁, 즉흥적으로 오픈한 오렌지 와인(Orange Wine).
오렌지 와인은 물론 오렌지로 만든 와인이 아니다. 여기서 오렌지는 컬러를 뜻하는 것.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처럼. 물론 레드/화이트/로제 와인의 컬러 스펙트럼이 다양하듯이 오렌지 와인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화이트와 비슷한 컬러부터 짙은 구릿빛까지 각양각색이다.
<앰버 레볼루션>. 얼마 전 오렌지 와인의 개념을 잡기에 딱 좋은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읽어볼 만 하다.
카바이 시비 피노(Kabaj Sivi Pinot). 이 와인은 지난번에도 대충 마셔버려서 기록을 못 남겼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운명이 될 뻔했다;;; 꼭 이런 와인들이 있다. 참 맛있게 마셨는데 너무 맛있게 정줄 놓고 마시는 바람에 메모조차 남기지 않는 와인들. 참 좋아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사진이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비운의 와인들... 지못미ㅠㅠ
그래서 이번엔 간단하게나마 포스팅.
일단 시비 피노(Sivi Pinot)는 슬로베니아의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를 뜻한다. 카바이의 와인메이커가 프랑스인이라서인지 가까운 이태리에서 부르는 피노 그리지오 대신 프랑스어 피노 그리(Pinot Gris)를 괄호 안에 적어 두었다. 참고로 벨리 피노는 피노 블랑(Pinot Blanc, ≒ Pinot Bianco). 최근 오렌지/내추럴 와인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면서 시비 피노, 벨리 피노 레이블이 제법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다양성의 증대... 좋다.
카바이 와이너리에 대한 설명은 예전 포스팅의 중간 부분 참고.
Kabaj, Sivi Pinot 2016 Goriska Brda / 카바이 시비 피노 2016 고리스카 브르다
밝은 구릿빛 앰버 컬러가 매력적이다. 코를 대면 향긋한 꽃 향기가 향수 같이 퍼진다. 사과, 레몬, 민트 힌트, 배, 은은한 체리와 붉은 베리 풍미. 입에 넣으면 아주 가벼운 수렴성과 함께 적당한 산미와 강렬한 미네랄리티가 어우러져 제법 탄탄한 구조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절대 묵직하거나 부담스러운 스타일은 아니며, 미디엄 정도의 바디에 술술 넘어가는 편안한 스타일이다.
손 수확한 피노 그리를 콘크리트/나무/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15일 정도 침용한 후 225리터 바리크에서 2년 숙성한다. 병입 후 6개월 안정화를 거쳐 출시. 내 생각에 카바이 와인들의 '친근함'은 바리크 숙성에서 오는 것 같다. 오렌지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기에도 부담 없는 와인이 바로 카바이다.
레이블도 고급지고 가격도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근데 며칠 전 와인앤모어 가보니 가격이 좀 올랐던데...ㅠㅠ
둘째 날은 떡갈비에 고다(하우다) 치드 토핑해서.
아예 수제 버거처럼 계란 프라이도 올려 보았다. 맛있져♥
일반 화이트 와인처럼 시원하게 마시길 추천. 내추럴 계열 화이트의 경우 온도가 실온 가까이 올라도 매력적인 경우가 제법 있는데, 경험상 오렌지 와인은 시원하게 마시는 게 훨씬 맛있다.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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