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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와인

사인회 @ 메를로(Merlot)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4. 5. 23.

 4월 모임이 무산된 후 5월에 어렵게 날자를 잡은 사인회.

최근 핫하다는 교대-강남 사이의 캐주얼 레스토랑, 메를로에서.

 

미니 트렁크엔 와인 병이 가득! 눈길을 잡아 끄는 익스테리어~

 

 

입구.

 

 

자세히는 안 봤지만 10인 이상 수용 가능해 보이는 테라스도 있어

여름에 노천에서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 마시기도 좋을 듯.

 

 

 

실내 좌측 벽 앞에 위치한 네온사인, 메를로.

쥔장이 메를로 품종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으로 알고 있음.

 

높은 천장에 장식된 WINE DINING 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컨셉을 말해 준다.

그나저나 복층 구조의 높은 천장은 시원한 느낌을 주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기본 세팅.. 스톨츠 화이트 & 샴페인 글라스.

 

원래 리델 소믈리에 글라스를 제공한다고 알고 있었기에 물어보니

보르도, 부르고뉴 글라스만 소믈리에 글라스를 사용한단다. 

 

스톨츠 글라스는 별로 써 본 적이 없는데 가벼운 데다 유려한 곡선이 나름 괜찮았다는.

 

 

한 컨엔 제법 되어 보이는 와인 리스트.

소매가 정도의 와인을 선택하면 콜키지를 받고 서빙해 주는 컨셉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와인 테이스팅 코스를 주문하고 인당 1병씩 콜키지 프리 서비스를 받았음.

가져오는 와인에 따라 음식을 맞춰 주는 데다 좋은 글라스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

5.5만원이라는 금액은 나쁘지 않은 듯.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해서 우선 와인부터 칠링.

식전주로 달고 상콤하게 한 잔씩 즐기고, 남은 반 병 정도를 디저트로 즐겼음.

 

Karl Erbes, Urziger Wurzgarten Auslese* 1997 Mosel

 처음 열었을 땐 조금 눅진한 냄새가 나서 약간 불쾌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그 향은 완전히 사라지고, 특유의 패트롤 미네랄과 허브,

아삭한 레몬라임 산미, 가벼운 존재감의 스위트함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예전에 마셨던 바로 그 느낌.

97빈임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매력적인 모젤 와인.. 리슬링의 생명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ㅋ

 

 

따뜻하게 제공된 빵.. 곁들여 낸 커리로 맛을 낸 고기 또한 맛있었음.

 

 

두 번째는 미국 면세점에서 건너온 샴팡!

 

Duval-Leroy, Femme de Champagne 1995

뒤발-르루아의 플래그십 삼페인, 팜므 드 샹파뉴~ 와인스펙테이터는 요 빈티지에 96점을 주었음.

잔에 따르니 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노오란색에 잔 벽에 붙은 기포는 조금 성글어 보였지만

95년 빈티지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힘차고 꾸준하게 피어올랐음.

그런데, 향을 맡으니 젖은 마분지 같은 향이... 이 이건, 코르키인가? -_-

버섯 모양 코르크를 집어 냄새를 맡아 보니 코르크에서도 그 냄새가 난다.

심하진 않았지만, 고혹적인 이스트 풍미와 향긋한 꽃향기, 고혹적인 치즈 뉘앙스를 상당히 가려서 아쉬웠음.

어짜피 환불도 안 되고(미국에서 사왔으니까;;;) 의식을 하지 않고 음식과 함께 마시니 나름 괜찮은 정도라

다 마시긴 했는데.. 코르키임에도 분명 훌륭한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쉬웠음. 

 나중에 꼬옥 제대로 마셔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자세한 정보는 요기!

 

 

선한 올리브와 바질드레싱을 곁들인 보코치니 샐러드.

소스가 맛있어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음 ㅋ

 

 

이베리코 하몽과 수란을 곁들인 버섯요리

하몽 아래엔 소스에 버무린 버섯이 깔려 있는데.. 섞고 나서 사진을 안 찍었네;;

요것 또한 상당히 맛있었고, 샴팡과도 당연히 잘 어울림.

 

 

포테이토 퓨레를 곁들인 문어구이.

얇게 저민 카르파치오와는 또 다른 느낌의 문어구이.. 야구장에서 문어다리 먹는 느낌이 살짝 ㅋ

 

 

원랜 요 잔은 안 주시기로 하셨는데,

샤또 몽투스 블랑을 보시더니 소믈리에님이 잔을 하나 더 제공하심.. 센스 굿~

 

 

뒤늦게 등장하신 나무나무 형님이 들고 온 와인 두 병.

 

Chateau Montus Blanc 2000 Pacherenc du Vic-Bilh Sec

예전에 2010빈을 마셔 보고 올빈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궁금증이 풀리는구나ㅋ

마고자에 다는 호박 같이 진한 오렌지 옐로 컬러에 향기는 음... 뭔가 꽉 닫힌, 풀리지 않는 느낌.

오렌지 껍질, 말린 꽃, 꿀/조청 등 향긋하다기 보다는 고혹적이고 밀도 높은 쪽인데

입에 넣으면 낑깡처럼 아주 달지도 않고 쌉싸름한 감귤 계열 풍미에 적절한 산미가 중용적인 인상을 준다.

사실 하루 종일 테이스팅으로 지친 코와 혀인 데다 먹고 마시느라 제대로 테이스팅한 건 아니지만,

정말 오묘한 인상을 받았음... 무뚝뚝하면서도 고급진 와인이랄까.

 

14년을 숙성하면 요렇게 변화하는구나...

참고로 Pacherenc du Vic-Vilh은 Madiran 화이트에 주어지는 AC.

  

 

음식 사진은 열심히 찍으려고 노력했으나,

역시 '올리브와 치즈를 토핑한 피자'는 scene missing-_-

 

초리죠 오일파스타.. 적당한 매콤함이 아쥬 좋았음.

 

이쯤에서 이미 우리의 배는 그득하게 찼지만, 메인 디시는 식욕을 다시 올리기에 충분했음.

 

.한우 1+등급의 채끝 스테이크.. 굽기도 적당하고 가니시도 좋았음.

 

 

아우~ 그냥 살살 녹음.

 

메인에 맞추어 리델 소믈리에 블랙타이 잔에 서빙된 레드 와인.

 

Mitolo, Savitar Shiraz 2006 McLaren Vale

사실 여기서부터는 신경써서 보지는 않았지만,

호주 쉬라즈 특유의 달콤하게 농익은 검붉은 베리가 느껴지면서도 달지 않은 인상을 받았음.

매끌하게 정돈된 질감과 재미하지 않은 풀 바디에 산미와 풍미, 알콜의 밸런스가 아주 좋음.

가벼운 스파이스와 바이올렛 향이 더해져 더욱 즐거운..

간만에 제대로 즐긴 프리미엄급 쉬라즈.

 

 

트러플 프랜치프라이.. 트러플 향 덕에 와인 안주로도 제격.

 

디저트 크림브륄레.. 근데 토치질이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조금 아쉬웠음;;;

슈크림빵 크림만 빼 먹는 기분~ ㅎㅎㅎ

 

 

어쨌거나 즐거운 모임이었음... 11시 반이 될 때 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메를로 음식도 생각보다 맘에 들었고... 다만 우리 집에서 너무 멀다는 게 함은정;;;

 

조만간들 또 봅시다~

 

 

 

20140522 @ 메를로 (교대역)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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