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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음주/맥주

Brasserie des Rocs, Grand Cru

by 개인 척한 고냥이 2016. 9. 26.


약속이 사라진 월요일 저녁.




'궁극의 수제 벤또집'이라는 숙대 앞 도시락집의 닭구이 벤또를 테이크아웃 해서 맥주와 함께.

뭔 맥주를 먹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걸 집어들었다.




상당히 고전적... 이라기보다는 촌스러운 레이블.

그런데 이름은 자그마치 '그랑 크뤼(Grand Cru)'다.


로덴바흐 그랑크뤼는 상당히 좋아하지만... 요 녀석은 어떨지.




사온 지 제법 되었지만 스타일상 장기 보관이 가능한 녀석이라 유통기한은 1년 이상 넉넉히 남아 있다.

그런데도 따를 땐 세디멘트가 제법... 장기간 냉장 보관을 했기 때문일까, 혹은 다른 이유?


음용 추천 온도는 화씨 52~56도... 섭씨로 변환하면 11~13도 정도 된다.

냉장고에서 꺼낸 후 사진을 찍으면서 뜸 들이고 밥 먹으며 천천히 마시면 권장 온도 정도로 올라올 듯.



벨지언 브라운 에일(Belgian Brown Ale)은 생소한 스타일이다.




Brasserie des Rocs, Grand Cru Belgian Special Brown Ale


사진 속에서는 검은 색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밝은 갈색에 가깝다.. 베이지색 헤드는 제법 풍성하게 쌓이는 편.

따를 때부터 향이 매우 고급스럽다... 은은한 진저 브레드, 고혹적으로 감도는 바닐라, 향긋한 플로럴 허브.

전반적으로 톡 쏘지 않는 스파이스에 약간의 감초 뉘앙스, 아몬드 류의 얇은 견과 힌트.

고혹적인 향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황급히 입에 넣어 본다.

그런데 생각보다 높은 알코올(9.5%)로 인한 강한 어택으로 첫 느낌이 편안하진 않다.

알콜 부즈가 강하거나 헤디한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에겐 살짝 부담스러운 편.

하지만 천천히 맛을 보니 나름 매력적인 맥주다.


다크 체리, 말린 무화과 풍미에 살짝 더해지는 캬라멜, 그리고 이어지는 모카 피니시.

나름 단맛과 산미가 있는 편이지만 강한 알콜과 복합적인 풍미와 어우러져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풍미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고 구조가 탄탄한 좋은 맥주라는 생각.

풍만하고 부드러우며 매력적인 여운을 지니고 있다.


바디가 강하고 풍미의 밀도가 높아 달콤한 소스로 볶은 닭고기를 얹은 도시락 따위도 단숨에 제압해 버린다.

뭐랑 마시는 게 좋을까... 다크 초컬릿 계열의 디저트도 나쁘지 않을 듯 하지만 왠지 그렇게 마시고 싶지는 않다.




나름 센스있는 포장... 구매한 지 40분 쯤 지났지만 아직 온기는 살아있었다.



기본찬이 담긴 그릇을 들어내면 요렇게 덮밥이 나온다.



닭고기를 상당히 잘게 쳐서 좀 적어 보이는데 나름 양이 적은 편은 아니고

소스의 간이 세기도 해서 밥을 먹는데는 문제가 없다.


제법 먹을만은 했지만 굳이 동선을 이탈해서 사러 갈 정도는 아니다.

맥주는... 벨기에 맥주를 좋아한다면 먼 거리라도 찾아가 드셔 보시라.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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