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사우어. 경리단길 사우어 퐁당에서 개업 1주년 기념 50% 행사 중인 사우어 에일이다.
크라운 캡에 선명한 홉과 보리. 그리고 김종필?? 김진표???;;
레이블에 뭔가 요소가 많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한 번에 알아채기 힘들 것 같다. '오로 데 칼라바자(Oro de Calabaza)'가 맥주의 이름인데 오로는 스페인어로 '황금', 칼라바자는 스페인어로 '호박'이라는 뜻이니 '호박의 황금(보물?)'이라는 의미가 되시겠다. 브루어리 이름이 졸리 펌킨이니 말장난을 한 거겠지.
이름대로 왠 카리브해의 해변(섬?) 같은 곳에서 발견된 보물 상자 안에 맥주가 들어 있다. '오크 숙성한 아티장 골든 에일'이라는데 병에서 2차발효까지 했나 보다.
레이블 오른 쪽에 좀더 상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이분 최소 설명충. 커다란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 후 병입해서 재발효를 했다. 프랑스 문화권 벨기에의 전통에 따라 양조한 스트롱 골든 에일인데 후추같은 스파이스와 홉 부케, 그리고 오묘한 와일드 이스트의 영향이 드러난다고.
14년 12월 12일 병입한, 이제 딱 3년이 되어 간다. 유통기한도 3년이니 더이상 유통될 수 없는 보틀. 물론 스타일 상 음용에 문제는 없다고. 용량은 375ml, 원재료는 정제수, 보리맥아, 밀맥아(밀), 설탕, 효모, 홉. 밀/밀맥아의 표기가 애매하게 되어 있던데 밀맥아와 밀을 함께 쓴 것일까.
궁금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세상에, 레이블이 바뀌었다. 환골탈태;;
다른 맥주들의 아트웍도 상당히 훌륭함. 음... 요즘도 한국에 들어오는 건가. 사우어 전문 브루어리라 안 들어오려나ㅜㅜ 레이블 만으로도 완전 땡긴다.
어쨌거나 홈페이지에는 좀 더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다. 필스너 몰트(Pilsner Malt)와 페일 몰트(Pale Malt)를 사용하고 밀맥아(Wheat Malt)를 썼다. 홉은 크리스탈(Crystal), 할러타우어(Hallertauer), 테트낭(Tettnang) 같은 노블 홉 중심이다. IBU는 30. 생각보다는 확실히 높다. 알코올은 8%. 오크 숙성은 2-4개월 정도 한다고.
졸리 펌킨은 2004년 설립됐으며 대부분의 라인업을 소량 생산하는 장인정신 넘치는 양조장이다. 주로 세종(Saison)이나 비에르 드 가르드(Biere de Garde) 스타일의 오크 숙성하는 사우어 에일을 양조한다.
Jolly Pumpkin Artisan Ale, Oro de Calabaza Artisan Golden Ale aged in Oak Barrels
졸리 펌킨 아티잔 에일 오로 데 칼라바자 아티잔 골든 에일
희뿌연 살구색에 성근 거품이 투박하게 올라앉았다가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탄산이 많지 않은 듯. 코를 대면 시큼한 향이 마치 내추럴 와인 같은 인상을 주기도. 입에 넣으면 씁쓸한 자몽 껍질과 짓무른 핵과, 시트러스 풍미에 의외로 화한 허브 뉘앙스가 곁들여진다. 하지만 목넘김 후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역시 브레타노미세스의 와일드한 느낌. 약간은 비릿한 느낌이 남을 만큼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브렛이 강하게 드러난다. 음, 이 맥주 잘못 추천했다가는 뺨 맞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지 않는 고로 치즈 좀 썰어서 꼴깍꼴깍 잘 마셨음.
한 병 더 남았으니 푹 삭은 갓김치에 삼겹살 구워먹을 때 마셔야겠다.
요즘 6% 이상의 겨울용 맥주를 중심으로 재고를 열심히 채워넣는 중. 미켈러 스폰탄 시리즈만 사고 올해는 자중해야지.
개인 척한 고냥이의 [와인저장고 맥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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