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위한 사적인 메모.
Roger Goulart, Cava Rose Brut 2017
일단 다홍빛 감도는 연한 핑크색이 넘나 마음에 들었다. 항상 어두운 곳에서 급하게(?) 마셔서 이렇게 예쁜 컬러였는지 몰랐음. 게다가 풍미 또한 왠지 모르게 예전보다 섬세하고 은근한 느낌. 밸런스도 좋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기회가 있다면 더 사고 싶은데 앞으론 기회가 없겠지...ㅠㅠ
원래 스파클링은 한 병만 마시려 했는데 마시다 보니 모자라서 한 병 더 열게 되었다.
DUBL, Esse Rosato NV
무려 자크 셀로스가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캄파니아의 명가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가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 두블. 기본급을 상당히 맛있게 마셔서 상급을 구입해 보았다. 그것도 로제로. 그런데, 오묘하게 어중간한 풍미에 산미는 약하며 씁쓸함이 강하진 않지만 뭔가 애매하게 기분이 좋지 않게 남는다. 일단 이게 정상적인 상태인지 의심이 될 지경.
알리아니코 품종만 100% 사용해 48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쳐 만드는, 제법 공들인 와인인데...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웠다. 기회가 생기더라도 다시 구매하지는 않을 듯.
그냥 기본급 두블이나 마셔야지.
다음은 탁주로 넘어갔다. 그것도 잘 숙성된 탁주로.
유자가 09는 후배가 올해 초에 구입해서 냉장고에 보관 중이던 것. 일엽편주 탁주 또한 작년 12월에 출시된 걸 셀러에서 보관하고 있었다고. 유통기한을 훨씬 넘긴 녀석들인데 맛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면 둘 다 대존맛. 일엽편주는 새콤한 신맛이 더욱 예쁘게 디벨롭된 느낌이다. 출시 초기에 마셨을 때도 좋았지만 숙성된 게 더욱 부드럽고 마음에 든다. 꼬릿한 느낌 같은 건 전혀 생기지 않고 외려 상큼한 과일맛과 요거트 같은 느낌이 예쁘게 어우러지는 듯.
유자가는 상큼한 유자향은 여전하다. 다만 감칠맛이 훨씬 강하게 디벨롭됐다. 심지어 잘 만든 베이컨 같은 육향이 느껴질 정도랄까. 와, 이 술은 정말 찐이다. 배치 바뀔 때마다 사야 하는 술.
원래 교동법주로 마무리하려 했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서 소테른 하프 보틀로 바꿨다. Chateau Sigalas Rabaud 2008. 나름 Sauternes Premier Grand Cru Classe인데 이마트 스마트 오더에서 35000원에 팔길래 왜 이렇게 저렴하지 싶었지만 그래도 가격이 너무 좋으니 구매해 봤다. 결과적으로 싼 데는 이유가 있었음. 상태가 나빠 보이진 않았다. 일단 컬러와 은은향 향 까지는 마음에 들었는데, 입에서의 질감이 너무 가볍고 풍미도 단맛도 부족하다. 귀부 와인 특유의 복합적이고 고혹적인 풍미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소테른이라기보다는 어디 저렴한 레이트 하비스트 정도의 느낌이랄까. 다시 구매하지 않을 보틀.
하지만 결국 술이 부족해서, 소화도 시킬 겸 Fernet-Branca 한 모금씩 마시고, 결국 Sazerac도 한 잔씩 말아 마셨음 ㅎㅎㅎ
안주는 후참잘의 후라이드와 치즈, 하몽, 아몬드, 그리고 김치말이 삼겹살 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잘 먹었다. 그래도 나중을 위해 기록은 남겨두어야 할 것 같아서 간단히 메모.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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