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사 두었던 십스미스 런던 드라이진(Sipsmith London Dry Gin)을 드디어 열었다! 2021년 말에 산 녀석이니 거의 3년이 되어서야 보틀을 연 셈. 2017년 10월에 보틀링 한 것이니까 증류한 지는 거의 7년이 다 되어간다. 증류주도 오래되면 풍미가 변한다고 하니, 특히 섬세한 진은 맛이 많이 변질된 건 아닐까 살짝 걱정도 됐다.
냉동실에 칠링 한 후 살짝 맛을 봤는데 웬걸, 코르크를 여는 순간부터 향긋한 내음이 확 피어난다. 코를 대니 청량한 주니퍼 향을 뚫고 톡 쏘는 후추와 사이다를 연상시키는 신선한 레몬 라임 향, 그리고 달콤한 서양배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블루베리와 시트러스 필 풍미가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빈 잔의 구수한 허브향은 또 무엇..? 진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편인데, 십스미스 진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레이블 이미지처럼 신비한 마법의 세계에 도착한 듯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진이다.
이제 진토닉을 말아 볼 차례.
가니시는 라임 웨지를 선호하지만, 집에 제주산 레몬을 반 정도 사용한 게 남아있어서 레몬 슬라이스를 2조각 사용했다.
원래 레몬 풍미가 강해서인지 레몬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가볍게 톡 쏘는 느낌에 청량함이 도드라지는 진 토닉. 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한동안 진토닉을 멀리했었는데 다시 진토닉에 빠지게 될 것 같은 느낌.
같이 먹은 감자 샐러드 오븐 구이(?)와도 잘 어울렸고.
완전 취저다. 단숨에 개취 넘버 원으로 등극. 홈바에 진을 갖춘다면 십스미스, 마틴 밀러(Martin Miller's Gin), 그리고 텐커레이 넘버 텐(Tanqueray No. 10) 정도를 구비하지 않을까.
개인 척한 고냥이의 [ 알코올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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